아이로봇을 통해본 로봇탐구 시리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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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보맨 작성일 09-07-08 13:50 조회 92,052 댓글 0본문
지금까지 로봇을 주제로한 영화는 대부분 현실과 동떨어진 허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인간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이 주제이다보니, 당연히 먼 미래를 그릴 수 밖에 없었겠지요.
2004년 여름방학을 맞아 개봉한 영화 20세기 폭스사의 1억불짜리 블럭버스터 영화, '아이로봇'은 이전의 로봇영화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허구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같이 도매급으로 넘기에는 아까운, 뭔가 특별한 영화라 생각됩니다. 이번주부터는 영화 '아이로봇'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로봇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첫번째로, 아이로봇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기위해, 자료를 살펴보던중, 네이버의 greyrain님의 블로그에 실린 아이로봇에 대한 포스트(한겨레 기사)를 발견하여 이 글을 본문에 게시키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보다 더 좋게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
제목 : 철학이 있는 SF 블록버스터 <아이,로봇>의 모든 것.
http://blog.naver.com/greyrain/60004464807
알렉스 프로야스의 <아이, 로봇>에 주목하는 5가지 이유
어떤 작가들은 한권의 책을 쓰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려 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런 작가였다. 그는 <로봇>과 <파운데이션> 시리즈로 아직 오지 않은 역사를 내다보았다. 두 시간에 불과한 영화는 아시모프로부터 로봇을 물려받았지만, 섣불리 그 장대한 시간의 중심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이, 로봇>은 SF의 전설이 된 소설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쓰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아시모프를 안다면, 그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보이콧 운동을 벌인 어느 아시모프의 팬도 인정했듯 알렉스 프로야스는 기대할 만한 영화를 내놓을 감독이기도 했다. 프로야스는 <크로우> <다크 시티>로 희망없는, 그러면서도 시선을 빨아들이는 미래 도시를 창조했다. SF문학의 뼈대를 세운 로봇공학 3원칙, 사막을 건너는 모세의 지팡이처럼 신천지를 예언하는 비전, 고풍스러운 이율배반의 미래. 드문 개성과 재능을 지닌 이들이 세운 <아이, 로봇>은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생각하는 블록버스터다. 편집자
>>> 아이작 아시모프는 사람은 누구나 ‘프랑켄슈타인 신드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만든, 그러나 자신보다 강한 로봇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로봇은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살해한 그의 괴물만큼이나 위험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 로봇>은 수백년 동안 뿌리를 내려온 그 두려움에 근거를 두고 있는 영화다.
2035년 시카고, 테크놀로지를 혐오하는 형사 델 스프너는 거대 로봇회사 U.S. 로보틱스의 공동창립자인 래닝 박사 자살 사건을 맡게 된다. 스프너는 밀실이나 다름없는 그 방 안에 NS-5 로봇 써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래닝을 창밖으로 집어던졌다고 의심한다. NS-5는 U.S. 로보틱스가 막 시장에 내놓은 최첨단 로봇. 가장 인간에 가까운 모델이지만, 모든 로봇은 로봇공학 3원칙 중에서 첫 번째 조항 때문에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 로봇 심리학자 수잔 캘빈에게 도움을 청한 스프너는 래닝이 써니에게 심어둔 비밀과 NS-5에 얽힌 음모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아이, 로봇>은 1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제작된 블록버스터이면서도 가까운 미래를 향한 고뇌를 품고 있다. 로봇은 강한 육체와 복잡한 연산도 쉽게 해내는 두뇌가 있다. 그에 비해 인간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자유의지뿐이다. 그 자유의지마저 로봇한테 주어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이, 로봇>은 <프랑켄슈타인>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으로 이어져온 질문을 다시 한번 던지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답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대답에 도달하는 과정은 시각적으로 박력있으면서 매우 침착하기도 하다. <다크 시티> <크로우>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은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는 처음 대하는 거대한 블록버스터 앞에서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미래 도시, 붉은빛을 내보이며 인간을 습격하는 NS-5 군단, 수직으로 뚫린 허공을 가로지르는 카메라는 1억달러에 걸맞은 위세를 과시하지만, 드라마의 기세 역시 만만하지 않다. 로봇공학과 논리학의 역사, 아시모프가 창조한 우주신화를 포획해 구축한 <아이, 로봇>은 불길한 전제에서,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신천지를 발견하는 영화다.
1. SF문학의 기초 뼈대를 세운 대원칙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
1941년 12월 아이작 아시모프는 SF잡지 <어스타운딩> 편집장 존 캠벨과 함께 로봇공학 3원칙을 만들었다. 아시모프는 로봇을 소재로 한 세 번째 단편 <라이어!>를 구상 중이었고, 로봇 내부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시모프는 로봇공학 3원칙이 트릭으로 사용된 <라이어!>에 이어, 네 번째 단편 <속임수>에서 그 완전한 형태를 선보였다. 50년 동안 SF소설과 로봇공학의 근본을 이루어온 로봇공학 3원칙은 다음과 같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원칙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 그리고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로봇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사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로봇은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로봇공학 3원칙은 로봇을 통제하기 위한 완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원칙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서로 충돌할 수 있다. 또 우위에 있는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전제 때문에 복잡한 논리적 추론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시모프는 이런 로봇공학 3원칙을 이용해 연작소설 <로봇> 시리즈에 흥미로운 지적 유희를 끌어들이곤 했다. 시리즈 세 번째 장편인 <여명의 로봇>은 언뜻 쉬워 보이는 그 유희가 로봇공학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장난이라고 말하는 소설이다. 행성 오로라 최고의 로봇공학자 페스톨프 박사는 인간형 로봇이 스스로 두뇌작동을 멈추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 범인으로 지목된다. 로봇은 자신이 받은 명령과 로봇공학 3원칙이 서로 충돌해서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만 일종의 ‘자살’을 택하는데, 고급 로봇을 그런 지경으로까지 이끌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여명의 로봇>은 과연 누가, 어떤 복잡한 명령을, 어떤 교묘한 방식으로 내렸는지 파헤치는 추리소설이다.
영화 <아이, 로봇>에서 결정적인 열쇠가 되는 것도 로봇공학 3원칙이다. NS-5는 로봇공학 3원칙을 지키도록 설계되었지만, 그리고 분명히 지키고 있지만, 스프너와 다른 인간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제조과정에서 일어난 우연으로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라이어!>의 로봇은 제1원칙을 잘못 해석해서 사람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일삼는다. <아이, 로봇>은 이처럼 로봇공학 3원칙은 변화무쌍하며, 인간을 보호하도록 고안된 로봇공학 3원칙이 도리어 인간을 위협하는 근거로 작동할 수도 있다고 근심한다.
2. 로봇 시대를 아우르는 아홉 개의 단편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집 <아이, 로봇>
그 자신이 뛰어난 생화학자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SF소설을 쓴 대가였다. 그는 “수백번이나 되풀이된, 지식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로봇 이야기에 싫증이 나서” 직접 새로운 로봇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정했다. <아이, 로봇>은 그 첫 번째 단편소설 <로비>를 시작으로 아홉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아시모프는 연대와 캐릭터, 장르가 모두 다른 이 이야기들을 묶기 위해 U.S. 로보틱스에서 평생을 보낸 로봇 심리학자 수잔 캘빈을 내레이터로 선택했다. 한 기자가 칠십대에 이른 캘빈을 취재하면서 듣는 이야기가 <아이, 로봇>에 속해 있는 아홉편의 단편소설. 존 캠벨은 아시모프가 처음 쓴 <로비>를 거절했지만, 이후 <로봇> 연작을 후원하고 거기에 영감을 주는 편집자 역할을 했다.
<로비>는 베이비 시터 로봇에 애정을 느끼는 아이와 그 로봇을 싫어해 집에서 내보내는 어머니가 갈등하는 이야기로 드라마틱하거나 독창적인 소설은 아니었다. 그러나 <로비>는 “미친 과학자가 저지른 신성모독이 아닌 엔지니어가 설계한 로봇”을 도입하고 싶어한 아시모프에게 하나의 기준과도 같았다. <아이, 로봇>은 1982년에 태어나 82살에 죽었다고 기록되는 캘빈이 자신은 로봇 시대의 처음을 지켜보았으며, 그 다음 시대는 당신들의 몫이 될 거라고 말하는 <불가피한 충돌>로 끝을 맺는다.
아시모프는 <아이, 로봇>을 내놓고 나서 그 주제를 새로운 세계의 건설과 결부한 연작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강철도시> <벌거벗은 태양> <여명의 로봇> <로봇과 제국>으로 이어지는 네편의 장편이 그것. <강철도시> <벌거벗은 태양>은 지구인 경찰 베일리와 행성 오로라인들이 만든 로봇경찰 다닐 올리버가 파트너로 일하는 추리소설이고, <여명의 로봇> <로봇과 제국>은 지구인들이 우주개척 시대로 접어드는 일종의 미래 역사에 해당된다. 국내에서 <아시모프 로봇> <로봇과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소설들은 전작 <아이, 로봇>과 상당한 시간 차이가 난다. 아주 오래전에 외계 행성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고향을 잊고 지구인을 경멸하고, 로봇이 지구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 그 때문에 래닝이나 캘빈 박사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 이름조차 모르는 고대인으로 언급되는데, <여명의 로봇>에는 은하계 여기저기에서 내려오는 전설로 <라이어!>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알렉스 프로야스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아이, 로봇>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아홉개의 단편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엮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아이디어와 장면과 시퀀스를 모았다”고 말했다. 아시모프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필립 K. 딕과는 달리 영화와 인연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설명이 많고 사건에 돌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아시모프의 소설은 <바이센테니얼 맨>과 몇몇 실패작을 제외하면 거의 TV용으로만 제작되었다.
3 로봇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
<아이, 로봇>의 캐릭터들
<아이, 로봇>은 제목과 로봇공학 3원칙을 제외하면 아시모프의 소설집과 거의 관계가 없다. 그러나 앨프리드 래닝과 수잔 캘빈, U.S. 로보틱스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원작에서 캘빈은 U.S. 로보틱스에서 일하는, 개척자에 해당하는 로봇공학자 래닝의 세미나에 참석한 학생이었다. 그녀는 로봇이 말을 할 줄도 모르던 시대부터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을 만큼 발달한 시대까지 지켜보았고, 그 곁에는 언제나 래닝과 U.S. 로보틱스가 있었다. 영화 <아이, 로봇>은 캘빈을 새로운 캐릭터 델 스프너의 파트너로 초대했지만, 원작대로라면 2035년엔 53살이 되었을 그녀를 젊고 아름다운 로봇 심리학자로 바꿔놓았다. 캘빈은 오직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로봇을 사람보다 신뢰하고, 그 때문에 스프너와 충돌하곤 한다. 로봇 심리학자는 로봇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의 두뇌에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요소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직업이다. 래닝은 여전히 로봇 시대를 열어놓은 로봇공학의 선구자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는 자신이 처음 만든 양전자 두뇌가 스스로 진화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었고, 꿈을 꾸는 로봇 써니에게 비밀을 봉인한 다음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래닝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지구의 역사에 또 하나의 세계를 더할 수 있는 창조자와도 같은 인물이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형사 델 스프너는 수백년이 흐른 뒤 태어난 <강철도시>의 베일리처럼 로봇과 기술을 거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휘발유로 움직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로봇이 완벽하게 통제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심하고, 오직 사람만을 믿는다. 로봇을 믿지 않을 만한, 타당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인물. 그러나 어떤 로봇과도 다른 써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신뢰의 몸짓으로 스프너를 설득할 수 있었다. 써니는 래닝이 연구실에서 남몰래 만든, 이름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NS-5 로봇이다. 그는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에 위성으로 다운로드받은 프로그램 대신 ‘아버지’ 래닝 박사가 부여한 소명에 의해 움직인다. 베일리와 파트너를 이룬 로봇형사 다닐 올리버와 비슷한 존재지만, 인간형 로봇인 다닐과 달리 로봇처럼 생겼고, 그 내부는 다닐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4. 비장하고 음울한 미래를 창조하는 재능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크로우>
<다크 시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아이, 로봇>의 최대 장점으로 “알렉스 프로야스는 비주얼에 관한 감각을 타고났다”고 썼다. <크로우>로 처음 주목을 받은 프로야스는 어둠 한 가지색만 가지고도 비장하고 음울한 미래를 창조하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는 결코 푸른색을 쓰지 않고, 쏟아지는 햇빛 한가운데로 들어가지도 않는다. <아이, 로봇> 제작진은 이 캄캄한 감독 때문에 촬영장소로 택한 캐나다 밴쿠버에서 나뭇잎과 덤불을 모두 뜯어내야 했다.
프로야스는 이집트에서 태어나 세살 때부터 호주에서 자랐다. 뜻밖에도 맑고 뜨거운 햇살로 덮인 두 나라를 고향으로 가진 그는 호주영화·TV·라디오스쿨에서 영화를 공부했지만, 호주 영화산업은 매우 한정된 기회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통해 할리우드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젊은 감독들처럼, 그가 기회를 찾은 곳은 MTV. 뮤직비디오 덕분에 <크로우>를 연출하게 된 그는 브랜든 리가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비극 덕분에, 또 다른 기회로 도약할 수 있었다. 멈추지 않는 비가 내리고, 검은 망토를 입고 흰 피에로 분장을 한 사자(死者)가, 검은 눈물을 흘리는 죄악의 도시. <크로우>는 록음악의 리듬과 음산한 고딕풍 건물, 농담에 따라 감정을 품는 어둠을 한 군데에 채색했고, 젊은 관객은 말보다 눈으로 먼저 그 영화를 받아들였다. SF스릴러 <다크 시티>는 그 재능을 한층 정제한 영화였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한 남자의 여정에 지구 전체를 흔드는 음모를 결합한 이 영화는 매혹적인 드라마보다도 전율하는 미래 지구와 거기 비쳐드는 흐린 빛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인상적인 전경은 <아이, 로봇>에도 흔적을 남겼다.
프로야스는 <아이, 로봇>에 탁월한 스타일과 함께 아시모프의 영혼 또한 부여했다. <아이, 로봇>은 제프 빈타가 쓴 밀실살인 시나리오 <하드 와이어드>가 원안이었다. 소년 시절 <아이, 로봇>을 읽었던 프로야스는 로봇이 살인을 한다는 빈타의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싶었고, 오래된 꿈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는 아시모프 팬들이 벌이는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영혼에 충실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5. 현재에 근거를 둔 미래 도시
<아이, 로봇>의 프로덕션디자인
<아이, 로봇>은 2035년이라는 자막이 없다면 현재가 배경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영화다. 프로야스는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허구 대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근거를 둔, 미래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도 할 수 있는” 미래 도시를 보여주고자 했다. 수동 자물쇠 세개가 달린 스프너의 방문에서 로봇이 모든 가사를 대신 하는 경이로운 미래를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 로봇>의 프로덕션디자이너는 남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패트릭 타토풀로스는 프로야스와 함께 <다크 시티>의 그늘을 만들었고, 롤랜드 에머리히와는 <인디펜던스 데이>의 스펙터클을 조율했다. 그는 “믿을 만하고 사실적인 디자인”을 주장하는 프로야스에게 맞춰주면서도, 고층 건물을 관통하는 컴퓨터의 양전자 두뇌를 내리꽂았고, 극소로봇인 나노봇의 미세한 물결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석기시대 화살촉 같은 자세로 뻗어 있는 U.S. 로보틱스 건물과 무균질의 로비, 광택이 흐르는 고층 건물들, 시카고 빈민가의 90년대풍 건물, 미래형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거리를 조화롭게 디자인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다.
<아이, 로봇>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디자인은 물론 써니였다. NS-5 로봇인 써니는 배우 앨런 튜딕이 컴퓨터가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전자공이 달린 보디슈트를 입고 연기했다. 투명한 신체, 단단한 합금이지만 만지면 부드러운 얼굴, 가늘어 보이지만 스파이더 맨처럼 활동할 수 있는 강한 허리, 근육을 흉내낸 팔과 다리는 50여 차례에 걸친 수정 끝에 태어난 디자인. 써니와 똑같이 생긴 NS-5 로봇 수천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인간 시위대와 맞부딪치는 장면은 시각효과가 1천여컷에 달한다는 제작진의 한숨이 아깝지 않을 장관이다. <댄싱 히어로>의 배우이자 무용가인 폴 메르큐리오가 사람만큼이나 많이 등장하는 로봇들의 움직임에 기초를 제공했다.
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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