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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6-21 22:07
김장호님의 나는 소망한다! 동심의 기계를
 글쓴이 : 로보맨
조회 : 5,298   추천 : 0  
   http://www.hani.co.kr/section-021089000/2003/01/0210890002003012904450… [1255]




대한민국의 2002년을 들끓게 했던 일들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2,30대가 포진해 있었다. 월드컵이 그랬고 대통령선거가 그랬다. 키덜트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 우리의 2,30대들은 여전히 플레이스테이션과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온게임넷과 투니버스를 즐겨찾는다.

많은 MC매니아들도  이러한 키덜트 그룹에 교집합의 일원이라 미루어 짐작된다. 스스로를 분석해볼 때 우리의 키워드는 뭘까? 오늘 신문을 보던 중 문득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김장호님의 글이 있어서 원문을 기제해 본다. 원문은 한겨레21 김장호의 환상박물관 코너에 실린 글이다. - 한겨레21 2003년01월29일 제445호

나는 소망한다, 동심의 기계를! -원문  
  
현대판 요정으로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들… 자연과의 내면적 소통 자극하며 시장 넓혀
낄낄거리며, 얼마 전에 현태준이 쓴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시지락 펴냄)라는 책을 유쾌하게 읽었다. 조립하는 재미가 쏠쏠한 프라(플라스틱) 모델, 모터와 태엽으로 신나게 움직인 장난감들, 동네아이들의 오아시스인 문방구, 정작 책보다 볼거리가 더 많은 별책부록 때문에 산 소년잡지 등에 대한 회상기인 그 책을 보며 어린 시절의 즐거운 그때로 잠시 돌아갈 수 있었다. 저자가 동갑내기인지라 책에 나오는 자료사진들은 내 잃어버린 기억의 단편들이기도 했다.

아이들 장난감은 종류가 다양하고, 유행과 나이에 따른 기호가 있어 무엇 하나를 꼭 집어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릴 적 장난감 가운데 로봇은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남자아이에게는 여자아이의 노리개인 인형 이상의 의미가 있었고, 든든한 똘마니이자 과학적 사고(솔직히 말하자면 과학적 공상이지만)를 키워준 특이한 장난감이었다.

태엽 장난감에서 보행 로봇으로 진화
로봇이란 말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4년에 발표한 작품 에서였다. 영화로는 프리츠 랑 감독의 1926년 작 <메트로폴리스>가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조인간 ‘마리아’는 뒷날 공상과학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의 원형이 되었다.

어른들이 만든 관념의 산물인 로봇을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만든 것은 일본인이었고, 1940년대 후반부터 시판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제품이 주를 이루는 요즘과 달리 초창기는 양철로 만든 ‘무쇠인간’이었다. 최초의 것은 ‘리리푸트’란 이름이 붙은 전체 길이 15.5cm의 태엽동력 제품. 찡찡 하는 태엽작동 소리에 맞춰 생명이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로봇 장난감에 당시 아이들은 놀란 눈을 감지 못했다.

1956년에 개봉한 <금지된 행성>에 나오는 로봇 캐릭터 ‘로비’는 전 세계적인 로봇 장난감의 유행을 불러일으켰고, 이때부터 1960년대 전반까지 이른바 ‘양철 로봇 장난감’의 전성시대였다. 기술적인 발전도 따라서 태엽 대신 모터 동력방식이 보편화되었고, 차려자세로 엉거주춤 움직이던 로봇들이 두발로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최고 걸작은 ‘스모킹 스페이스 맨’이란 제품이었다. 세월의 흐름에도 끄덕하지 않고 전 세계 수집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 보아도 손색이 없는 최첨단 장치를 갖춘 매력적인 로봇이다. 먼저 몸체 앞에 스위치가 달려 있다. 이것을 켜면 안에 들어 있는, 니크롬선에 의하여 스핀들유(점성도가 매우 낮은 윤활유)가 극저온으로 가열된다. 전원은 두 다리 안에 각각 들어 있는 건전지로부터 나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펌프 장치를 통하여 로봇의 입으로 뿜어나온다. 그 모습이 담배 피는 모습 같아 ‘스모킹’이란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 소리까지 내었으니, 연기를 뿜고 소리를 지르며 걸어가는 환상적인 로봇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화에 적잖게 시달려야만 했다.

고가의 희귀로봇들… 어른과 아이 사로잡아
미국항공우주국의 아폴로 탐사선이 달세계를 정복하자 로봇 장난감계에도 ‘우주비행사’ 시리즈가 유행했다. 그러나 이것들을 살펴보면 몸은 여전히 로봇인데 머리부분 안에 사람 얼굴이 보일 뿐이다. 그 모습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를 연상하게 되는데, 로보캅처럼 기계 몸을 가진 인간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는지 모른다.

플라스틱 몸체의 로봇 장난감은 1970년대부터 서서히 나오기 시작해 1980년대에 들어서 홍콩과 중국 등지에서 대량생산되었다. 이때부터 로봇 장난감의 쇠퇴기가 시작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눈과 손을 묶어놓은, 새롭게 등장한 게임기가 주원인이겠지만 로봇 장난감의 희소성이 사라진 탓도 있지 않은가 한다. 돌이켜보면 부모에게 갖은 떼를 쓴 끝에 장난감이 생기면 동네 친구들을 신나게 불러 시연을 벌이곤 했다. 아이들의 심정이란 새 차를 구입한 어른들의 우쭐거림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기에 옆집 아이도 가지고 있는 흔해빠진 로봇은 더 이상 신기하고 자랑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참 희한한 현상이 근래에 벌어졌다. 1996년 11월, 영국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1950년대에 만든 로봇 장난감 하나가 5천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낙찰되었고, 알려진 바로는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회사 나이키의 사장이 구입했다고 한다. 이듬해에 다시 같은 물건이 나와 이번에는 1억원을 호가했다. 물론 이 같은 경우는 몇몇 명품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로봇 장난감계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로비’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다시 만든 태엽동력·양철몸체 제품이 70만원 정도 한다니 로봇 장난감은 더 이상 아이들 장난감이 아닌 듯싶다.

로봇은 고독한 당신을 위로하려나
앞에서 언급한 영화 <금지된 행성>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할리우드에서 공상영화로 각색한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 ‘로비’는 셰익스피어 원작에 나오는 요정 에이리얼의 현신이며, 결국 로봇은 예전부터 있던 요정의 현대판이 되는 셈이다. 어쩌면 인간은 옛날의 요정처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며, 자신과 자연을 이어줄 어떤 존재를 갈망하는지 모른다. 아이에 이어 어른들까지 집착하는 로봇 장난감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너머 자연과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이 가진 고독감의 표현인지 모른다.   김장호 ㅣ도상학연구가 alhaji@hanmail.net

도상학이란 분야가 생소해서 엠파스로 검색해 보았더니 "상징성 ·우의성(寓意性) ·속성 등 어떤 의미를 가지는 도상을 비교하고 분류하는 미술사 연구방법." 이란다. 음.. 독자들이 아주 흥미 있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인터뷰 한번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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