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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7-06 19:27
이노센스(Ghost in the Shell 2 : Innocence)
 글쓴이 : 로보맨
조회 : 9,408   추천 : 0  




 


SF 애니메이션의 외피를 두른 철학자

‘공각기동대’ 이후 무려 9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그 속편이 찾아왔다. ‘공각기동대’ 는 화려한 비주얼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마니아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 ‘이노센스’ 는 전작 ‘공각기동대’ 보다 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비주얼은 물론 인간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한층 더 심화됐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과 인형 그리고 인간의 삼각관계를 통해 인간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의 진화는 곧 사이보그가 아닐까라고 예견한다. 영화 속에서 온전한 인간을 만날 수 없다. 이미 필요에 따라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기계화 할 수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사회가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상이다.

‘공각기동대’ 에서 소령을 잃어버린 버트 역시 대부분의 신체가 기계화된 사이보그에 가까운 인간이다. 테러를 진압하면서 버트는 끊임없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소령의 존재를 찾는다. 전면으로 부각되진 않지만 희미하게나마 그녀에 대한 사랑의 온기를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트가 사이보그로 한층 강화된 반면 새로 투입된 파트너는 몸 사리기에 정신없다. 소령과 한 팀이었을 때보다 전력은 약해졌다. 가족에 집착하는 동료 그리고 애완용 개를 끔찍이 아끼는 버트. 과연 이들과 인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인간의 진화로 인해 탄생된 사이보그들은 더 이상 인간과 다를 게 없다.

섹스 전용으로 프로그래밍된 소녀 로봇이 이상을 일으켜 인간을 살해한다. 버트와 파트너인 토그사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프로그래밍한 업체의 음모를 밝혀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왜 인간은 로봇을 인간의 모습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만들려하는가” 란 질문을 던지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들은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 접할 수 없는 아주 철학적인 논쟁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해 그 속뜻을 다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녹록치 않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떠올랐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대화로 풀어내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어느 영화 못지않게 묵직한, 그의 영화적 색채가 생각났다. 물론 오시이 마무로 감독의 세계는 다르다. 하지만 SF 애니메이션이란 외피만 둘렀지 철학적인 질문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대사마저 철학자들의 우문현답 같은 말들을 인용하고 있으니 대사 하나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영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 3번 관람해야 되는 부담감이 있다.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오프닝에서부터 비주얼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특히 거리행렬 장면은 빛과 그림자의 조화까지 합쳐져 이미지의 과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고 섬세하다. 이 화려한 영상에 집착하다보면 흘러가는 자막을 놓치기 십상이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다.

좀 더 인간에 가까운 인형을 만들려는 욕심이 만들어낸 일련의 사건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더 나빠질 수 있는가? 결국 현재의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진화해 갈 수 밖에 없단 얘기다. 그것이 사이보그 일 수도 있고 인형일 수도 있다는 설정은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재편한 인간들에 대한 경종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인간 못지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지 인간만이 더 우월하다고 믿고 행동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현실이 아닌 뇌가 해킹된 가상의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느낌. 인간의 욕심으로 빚어낸 이 세상이 꿈이 아닐까? 10월 8일 개봉.

<김용필 영화칼럼니스트 ypili@hanmail.net>

경향신문   2004-09-16 14: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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