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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내 노트북 CF에 캥거루 로봇이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놀랬던 기억이 있다. 인테넷 신문을 통해 기사를 접하기 며칠 전에 TV를 통해서 그 광고를 봤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3D 애니메이션인줄 알았기에 별 관심없이 흘려보냈었는데, 그 광고에 나온 캥거루가 로봇이라니. 더구나 그 자연스러운 몸동작이란...

분명 신문에는 사람들이 거금을 들인 캥거루 로봇이 3D 그래픽이나 사람이 뒤집어 쓰고 연기하는 것으로 오인받아, 관계자들이 매우 괴로(?)워 하고 있다고 씌어 있었다. 기사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CF를 통해본 캥거루 로봇 이라면 적어도 아시모의 2족보행을 능가(?) 하는 굉장한 로봇인데, 이러한 로봇이 만들어졌으면, 좀더 비중있는 이슈로 뉴스에서 다루어 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CF에 캥거루 로봇이 등장했다'가 아닌, '두발로 자유자재로 걷고 동작, 표정연기, 재스춰의 표현이 뛰어난 캥거루 로봇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CF에도 나온다'고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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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접하고 부랴부랴 기사에 나타나있는 캥거루 로봇의 제작사인 애나모펙스사를 검색해 보았다. 정확한 영문 URL이 없어서, 한참 고생끝에, 결국 담당 제작사 직원의 도움으로 미국 현지 관계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며칠 후 캥거루 로봇의 제작사인  Anatomorphix社의 url을 받아 홈페이지에 방문할 수 있었다. 사이트를 둘러본 순간, 의문은 바로 해결되었다. 이 회사는 영화, CF 등에 사용되는 특수효과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고, 여러 특수효과 분야의 하나인 애니메트로닉스(Animatronics)에 의해  '캥거루 로봇'이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직 캥거루 로봇에 대한 내용은 DB에 올라와 있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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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tomorphix社의 작품

잠깐동안의 흥분이었지만, 어쨌든 사이트 방문을 통해 캥거루 로봇은 정확히 애니메트로닉스용 로봇이란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겠지만, 이기회에 애니메트로닉스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자.


애니메트로닉스

애니메트로닉스는 Animation + Electronics 를 합성한 단어로 영화산업에서 특수효과에의 한분야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특수효과는 말그대로 실사촬영의 영역을 벋어나는 영상을 얻기위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작업 분야를 말한다.  

- 미니어처 (Miniature)
- 특수분장 (Special make-Up)
- 와이어 액션 (Wire Action)
- 애니메트로닉스 (Animatronics)
- 모션캡쳐 (Motion Capture)
- 특수촬영술
- 화공특수효과 (Pyrotechnics)
- CG (Computer Graphics)
- 매트 페인팅 (Matte Painting)
- 크로마키 (Croma Key)
- 텔레시네와 키네스코프
- 몰핑 (Morphing)
- 디지털 영상편집 (Digital editing)
- 모션 컨트롤 (Motion Control)


애니메트로닉스는 동물이나 로봇, 외계인, 거인 등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를 나무, 실리콘, 플라스틱, 쇠 등 다양한 재질의 인조물로 만들고, 케이블이나 모터, 실린더 등의 액츄에이터를 장착해 사람의 손이나 리모콘, 또는 마이컴의 자동제어를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을 얻는 영화속 특수효과기법이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중에 뛰어다니는 랩터는 3D 애니메이션이지만, 식중독에 걸려 누워서 숨쉬고 눈 껌뻑거리고 있는 초식공룡은 바로 애니메트로닉스 공룡이다.

애니메트로닉스 기법이 처음 사용된 작품은 1924년 러시아 영화 '앨리타'(로봇들의 발란 Aelita : The Revolt of the Robots)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인 '킹콩'-1933년- 은 애니메트로닉스의 고전중 고전이다. 애니메트로닉스는 주로 외계인, 괴물, 로봇 등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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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그래픽이 급속히 발전하고, 실사와 구분이 가지 않는 표현이 이루어짐에 따라 많은 비용과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특수효과의 분야들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대체되었고 애니메트로닉스 또한 이전보다는 쓰임새가 많이 줄어들었다.

요즈음에는 특수분장과 애니메트로닉스에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서 사용하는 특수효과가 일반적으로 많이 쓰여지고 있다. '그렘린'의 귀여운 괴물 모과이나 '저지'의 전투 로봇, '드레곤 하트'의 용 드라코, '피노키오의'의 피노키오 등이 이런 기법들을 이용해 만든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다.


미래의 애니메트로닉스와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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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5라는 가족영화가 있었다. 약 10여년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로봇이다. 이 로봇은 영화속에서 마치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행동을 한다. 물론 가짜다. 모든 움직임은 사람에 의해 리모트콘트롤 방식으로 조종된다. 최근에 개봉되었던 영화 터미네이터3에도 T105라는 공격로봇이 나온다. 이 또한 RC 로봇이다. 1회성이라는 영화제작의 속성상 이런 로봇을 사용하기 위해 정말로 말을 알아듣거나 스스로 공격하는 로봇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럴듯하게 보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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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5나 T105가 영화에 등장하여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화에 나온 로봇이기에 로봇자체로써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않는다. 마찬가지로 광고에 나온 '캥거루 로봇'이 일반인들에게 로봇으로써 크게 인식되어지지 않은 이유는 CF에 사용된 애니메트로닉스용으로 제작된 로봇이기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CF에서 보여준 움직임을 그대로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특수촬영과 합성을 통해 나온 결과라는 것을 무의식 적으로 알고 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진짜 로봇으로써 먼저 알려진 아시모가 CF나 영화에 출연한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영화에 등장한 아시모가 하는 일을 사람들은 실제상황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미 자사 자동차 광고에 출연한 아시모 CF를 본적이 있다. '캥거루 로봇'과는 전혀 다른 실제감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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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애니메트로닉스라는 개념이 명확하다. 그러나 애니메트로닉스에 의한 로봇이 아닌 실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면, 애니메트로닉스라는 개념또한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될 것 같다.

:: 참조
http://www.anatomorphex.com
http://www.sfxmovie.com
http://www.johnny-five.com/

- 협조해주신 삼성전자 노트북사업부와 제일기획 센스 담당자, 그리고 DUO Films의 토니문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