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인간형 로봇 (humanoid robot)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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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보맨 작성일 09-06-24 16:20 조회 39,014 댓글 0본문
인간의 손과 팔을 인공적으로 복제하기가 어려운 만큼 움직이고 걷는 기본적인 수단을 복제하기도 어렵다. 로봇을 걷게 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넷, 여섯,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걷는 쉬운 일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여섯 개의 다리는 그다지 많은 협동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꽤 좋은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무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의 경우 다리들 중에서 일부가 동시에 움직이도록 되어 있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제어 문제가 된다. 여섯 개의 다리는 제어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이 로봇은 빠르고 안정되게 움직일 수 있다.
인간처럼 두 개의 다리만을 사용하려면 '능동적인 균형' 을 습득해야 한다. 인간에게 걷는다는 것은 제어적인 관점에서 능동적인 균형을 취하는 것과 같다.
땅 위에서 움직이는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곤충 로봇은 계속해서 서 있다. 이 경우에는 설계가 특별히 잘못되지 않는 한 균형 문제가 그리 어렵지 않다. 움직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한 번에 다리 하나만 움직이고, 나머지 다섯 개의 다리는 정지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세 개의 다리를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왼쪽의 앞과 뒤, 오른쪽의 중간 다리와 그 반대편 다리들이 서로 교대로 안정된 삼각 지지대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이때 곤충 로봇은 균형 있게 주변으로 움직일 수 있다.
로봇을 설계하는 연구와 병행하여,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여섯 개의 다리를 장착한 곤충 로봇에 대한 연구도 폭넓게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발이 땅에 닿았는지를 감지하는 일은 매우 쉬워서 곤충 로봇은 바닥의 구멍을 감지하고 회피할 수도 있으며, 불규칙적인 표면 위에서 움직임을 조절할 수도 있다.
월터(좌)와 엘마(우)
우리는 다리가 여섯 개인 이동 로봇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 중에는 월터 (Walter) 와 엘마 (Elma) 가 있다. 엘마는 월터보다 더 작고 지능적이다. 이들 로봇들에게 있어서 기구적인 설계보다는 제어와 의사결정의 방법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은 이 책의 뒷부분에서 다루어질 것이다.
소나 말처럼 네 개의 다리로 걷고, 뛰는 일은 여섯 개의 다리를 사용할 때보다 더 어렵다. 이 중에서 뛰는 경우에는 네 개의 다리가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의 경우에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매번 한 개의 다리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왼쪽의 두 다리와 오른쪽의 두 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방법과 왼쪽 앞과 오른쪽 뒷다리를 먼저 움직이고, 왼쪽 뒷다리와 오른쪽 뒷다리를 번갈아 움직이는 방법 등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미묘한 균형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제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은 여섯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에 비하여 제어와 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그 수가 더 적다. 게다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들은 다리가 두 개인 인간형 로봇의 이점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네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도 동작을 위해서는 상세한 모델을 바탕으로 한 수식적 계산이 역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네 개의 다리가 최선의 모습일까? 동물의 세계는 다리가 네 개인 생물들로 가득하다. 치타는 모든 포유동물 중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데 시속 70마일까지 낼 수 있다. 그러나 매번 움직일 때마다 머리 속에서 매우 복잡한 수식적 계산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은 두 다리로 걷기 전에 네 개의 다리로 기는 것을 먼저 배운다. 이 경우 인간은 먼저 손과 발 중에서 하나만을 움직여서 기기 시작하며 나중에는 서로 엇갈리는 방법으로 기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는 일은 꽤 안정된 동작으로, 제어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마크 레이버트 (Marc Raibert) 의 깡충깡충 뛰는 로봇은 다리들의 협동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스프링 위에서 위아래로 튕기는 금속 실린더로 구성된 다리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해서, 튕기지 않는다면 이 로봇은 쓰러지게 된다. 이 로봇은 점프하면서 회전에 의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임에도 이런 특징은 매우 재미있다. 점프 로봇은 로봇에 전력선과 제어선을 연결해야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이런 선들을 내장한 점프 로봇은 개발되지 않았다.
인간의 다리는 많은 마디로 이루어졌으며, 움직일 때마다 이 마디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관찰하면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연구소 일원 중 나이젤 아처 (Nigel Archer) 라는 연구원은 모터로 구동되는 로봇의 발목과 무릎 관절에 대한 중력의 효과를 조사했다. '나이젤 아처의 다리' (Nigel Archers leg) 로 알려진 이 다리는 현재 교육용으로 사용
되고 있으며, 얼마나 간단한 방법으로 다리 한 개를 제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두 개의 다리로 걷는 로봇을 개발하려면 훨씬 더 어려운 문제들에 닥치게 된다. 두 다리로 서 있기만 한다면 문제는 쉽다. 하지만 다리 하나가 땅에서 떨어졌을 경우 상황은 매우 복잡해져서 걷는 동작을 위해 복잡한 수학식들이 이용되어야 한다. 일본의 많은 연구소는 '워봇' (Wabot) 장치를 시작으로 두 다리를 가진 로봇들을 연구해 왔다. 워봇 1은 유압 시스템으로서, 움직일 때 서 있는 발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머지 발을 움직이게 하는 골반 연결 부위를 가지고 있으며, 발목과 무릎 같은 관절과 넓은 발바닥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워봇 1은 물체 주변을 움직일 수도 있고, 코너를 돌 수도 있다.
두 다리를 가진 로봇은 인간처럼 보이며, 느리기는 하지만 무릎 관절을 구부리면서 균형을 유지하며 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이 로봇은 관절 부분에 모터를 달아 직접 동력을 공급한다. 근육처럼 전선을 통해서 힘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각 관절에 모터가 직접 달려 있다.
그러나 로봇 손처럼 두 개의 발로 걷는 로봇의 경우도 인간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하다. 장애인을 위한 걷는 로봇은 좀더 발전된 경우이다. 예를 들자면, 레딩 대학의 인공두뇌학과에서는 교통 사고를 당한 후 재활 훈련을 하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부수적인 힘을 제공하는 걷기 장치를 개발하였다. 걷기를 배우는 사람이 점점 자신의 다리에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게 됨에 따라서 그 장치의 역할 또한 줄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제거될 수도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걷는 로봇은 보다 발전된 형태이다. 유압식 구조이며 엉덩이와 무릎 관절이 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 걷는 동작, 계단을 오르는 동작, 앉는 동작, 서는 동작 등을 로봇에게 가르칠 수 있다. 또한 걷지 못하는 사람이 로봇 안에 들어갈 수가 있는데 이때 로봇은 학습된 걷기 동작을 수행한다.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첫번째는 다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만약 전원이 로봇 안에 내장되었다면 균형 유지라는 또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전원의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해결책으로 전원을 기계로부터 빼내서 전선을 통해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두번째 문제는 운전과 탐색이다. 장애물의 위치와 이동할 수 없는 지역의 위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는 로봇의 행동을 계획하는 데 사용된다. 행동을 위한 계획은 본 장의 처음에도 설명한 로봇 손과 동일하다.
지표면의 90%가 울퉁불퉁하고 최소한 바퀴로는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리를 이용한 움직임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이나 인간도 접근할 수 없는 지형도 있다. 그러므로 로봇이 지표면의 상당한 부분을 접근하려면 두 개의 다리보다는 여섯 개의 다리가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본 장에서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고자 할 때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두 개의 팔을 가지는 로봇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서로 협력하면서 유연하게 제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팔에 손이 있는 경우 사물을 감지하기 위한 손가락을 손에 부착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내부에 대용량의 전원장치를 갖고 있는 몸통이 한 쌍의 다리 위에 올려져 있는 로봇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똑바로 걷도록 만드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두 다리로 몸을 똑바로 유지하면서 서 있게 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기술로는 로봇이 자유로이 동작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다소 힘들다.
인간형 로봇은 인간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갖추지 못한 부분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생식에 관련된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로봇의 재생산을 살펴볼 예정이지만, 당분간 인간형 로봇은 성기관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에서 다루지 않는 또다른 분야는 머리 부분이다. 중앙처리 및 제어기관인 두뇌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이며, 본 책의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이다. 인간의 머리는 대화, 먹고 마시는 등의 생존, 그리고 감각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먹고 마시는 행위 대신에, 로봇의 생존은 전지와 같이 전원만 충전하면 해결이 된다. 대화와 감각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인간과 다르다. 대화 수단은 나중에 다루겠지만, 감각에 관해서는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이 장의 앞 부분에서 감각 센서와 압력 센서에 대하여 이미 살펴보았듯이, 물체가 감지되었을 때 스위치가 닫히는 장치를 이용하면 로봇이 물체와 접촉했는가를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물체가 로봇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아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한 가지는 로봇이 초음파를 발사한 후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만약 물체가 없다면 발사된 초음파는 반사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리는 잠수함과 박쥐가 사용하는 방법과 같다. 즉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의 경과 시간을 측정하며 떨어져 있는 물체와의 거리를 정확히 계산한다.
레이저 신호를 이용해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신호의 매우 높은 주파수 때문에 물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종류의 신호는 먼 거리의 물체를 측정하기에 적당하다. 먼 거리의 물체를 감지하기 위해 전자기 신호를 이용하는 레이더가 사용될 수도 있지만, 장비가 무척 크기 때문에 로봇에 장착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멀리 떨어진 물체를 찾는 데 쓰이는 이런 류의 기술은 사람보다 오히려 기계에 적당하다. 간혹 포유동물 중에 초음파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 신호도 인간이 직접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
인간의 주된 감각은 시각이다. 인간의 시각은 두 개의 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눈에서 얻은 영상 정보는 뇌에서 일차로 처리된 후 이해되는 단계에서 재처리된다. 인간은 시각 정보만으로도 물체와 사람, 음식, 장소 등을 구별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런 시각 정보는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로봇의 시각 시스템은 현재 인간의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하며, 그 이유는 카메라의 문제라기보다는 획득된 영상의 처리와 이해의 문제 때문이다.
소리 신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리 신호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로봇이 서로 다른 소리 신호를 구별하여 이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워윅 대학의 한 연구팀은 다양한 냄새를 분간할 수 있는 전자 코를 개발하였는데 미세한 냄새의 차이도 구별할 수 있는 인간의 코에 비하여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맛을 보는 로봇의 경우는 성능이 더 나쁘다. 모든 인공 감각기관은 근본적으로 수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냄새의 경우에 각 냄새의 다른 점들을 분석하고, 시각적인 경우에는 획득된 시각 정보를 영상 처리한다.
모든 상황으로 판단해 볼 때, 인간과 거의 비슷해 보이며 인간처럼 움직이고 인간의 감각기관과 거의 유사한 감각기관을 지니는 인간형 로봇의 구현은 요원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장에서 설명한 이야기는 잘못된 것일까? 만약 로봇이 인간이 하는 단순한 일들조차도 할 수 없다면, 로봇이 세계를 지배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러한 결론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걱정된다. 로봇은 인간과 매우 다르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과 기능 면에서 다르다고 해서 언제나 열등하리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많은 로봇들이 인간이 하는 일을 돕거나 어려운 환경하에서 인간을 대신하도록 고안되었다. 로봇의 또다른 목적은 인간이 할 수 없거나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인간은 지금 하는 일과는 다른 새로운 것들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과연 로봇은 어떤 종류의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단순하거나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인간보다 생산비용이 더 저렴하게 들고 정확하면서 빠르다. 이러한 로봇은 생산라인에서 조립, 용접, 페인트 등의 일을 수행하면서 30여 년 이상 사용되어 왔다.
로봇이 처음 나올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작업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연속적인 동작 흐름도에 따라 프로그램이 되며, 그때마다 작업자는 위치와 작업 동작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로봇이 입력된 동작들을 끊임없이 정확하게 하도록 한다.
로봇에게 카메라를 이용한 시각 정보와 같은 감각 장치들이 추가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러한 감각 장치 덕분에 'pick - and - place' 로봇이 물체를 들어서 지정된 위치에 놓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피아트 (Fiat) 연구팀의 한 부서인 코마우 (COMAU) 는 시각 정보를 가진 로봇 시스템을 많이 개발하였다.
이러한 로봇 시스템들은 자동차 바퀴의 조립 생산라인 등에 배채되어, 자동차의 바퀴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로봇은 바퀴를 볼트 구멍들이 일직선이 되도록 배치하고, 바퀴의 너트를 끼우고, 다른 센서들을 이용하여 꽉 조여졌는지를 확인한다. 이것은 산업용 로봇의 매우 전형적인 예이다. 대부분의 산업 생산공장에서는 지난 20여 년간 공장 자동화를 강조해 왔다. 왜냐하면 한 업체가 공장 자동화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자동화를 한 경쟁업체가 그들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확하고 싼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화는 경쟁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일부 로봇은 위험한 지역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시각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GEC 가 보유하고 있는 뱀처럼 생긴 로봇은 조명과 카메라 시스템을 장착하고, 원자로를 감싸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멀리 안전한 곳에 떨어져 있는 운전자는 이 로봇을 통해서 원자로를 동작시킬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로봇으로는 폭탄 해체용 로봇과 지하채굴 로봇 등이 있다. 이때 인간이 땅위에서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땅속에 있는 로봇 카메라도 이에 맞춰 움직이면서 땅속을 살피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전한 지역에서 멀리 있는 광산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로봇 조정을 '원격 조종' (teleoperation) 이라고 하며, 로봇의 지능과 의사결정이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에 의해서 수행됨을 의미한다.
자동화와 장비의 현대화가 가속됨에 따라 로봇은 더욱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기존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뜻할 수도 있다. 푸조 자동차 회사는 최근에 91개 종류의 용접 로봇 200대를 생산라인에 배치하였다. 이전에는 공장에서 하루에 최대 1,230개 정도의 푸조 405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한 시간에 500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어려운 작업들이 많이 자동화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20여 년 전만해도 자동화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일이다. 한 예로 자동차 앞뒤의 창을 설치하고 고정시키는 작업에서 생기는 위치 문제는 레이저 센서를 사용해 극복되었다.
로봇의 사용과 더 많은 자동화의 결과로 전체 생산라인에서 점점 인간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전체 생산라인이 로봇들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가 올바르게 동작하도록 의사 결정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인간들은 로봇의 동작 감독과 결과 확인, 오류 검사 등을 수행함으로써 기계가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관리한다. 결국 인간은 실제 생산의 어떠한 부분도 관여하지 않게 되었다.
인간의 역할은 자동화로 인하여 점점 그 기능이 줄어들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계에게 생긴 오류를 발견하거나, 최적의 관리 시간을 알려주는 일조차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은 지금도 더 높은 이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동화는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어떠한 간섭이나 고장도 없이 작업 중단 시간을 최소로 하여 정확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자동화가 이루어진 공장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나 생산과 같은 분야는 분명히 기계를 도입함으로써 재정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인간이 잘할 거라고 생각되는 일들조차 지금은 기계가 더 잘해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신발과 옷 제조 같은 분야는 기계에 의하여 대체되는 것이 시간 문제이다.
그 밖에 기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계는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수준까지 될 정도로 체스 게임을 할 수 있으며, 곧 머지않아 인간을 능가할 것이다. 1996년 2월 어느 체스 경기에서 '딥 블루' (Deep Blue) 라는 컴퓨터가 게리 카스파로프라는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긴 바 있는데, 이는 5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백개먼 (Backgammon : 서양 주사위놀이) 이라는 경기에서는 이미 1980년에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 또한 1980년대 초에는 캐봇이라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 로봇이 루빅 (Rubik)의 큐브 (Cube) 를 4분 안에 풀어내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당구나 탁구 등을 할 수 있으며, 공을 던지고 받을 수 있는 로봇도 있다. 인간이 생각하기에 많은 능력이 필요한 일들을 단순한 로봇들이 더 잘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한 가지 예가 와세다 대학의 와봇 2 (Wabot 2) 라는 로봇인데, 이 로봇은 오르간이나 피아노를 연주할 수가 있으며, 실제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이 로봇은 키를 누르는 손가락과 페달을 누르는 발을 가지고 있으며, 카메라를 이용하여 악보를 읽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이 로봇은 놓여진 악보를 읽고 연주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해서는 연주될 수 없는 로봇 연주가를 위한 악보가 머지않아 제작될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곡을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곤 하는데 워봇 2 도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 체신부에서는 욕실을 청소하는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화장실의 안팎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한다. 실제로 이 로봇은 인간 청소부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 한편,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BMW 는 자동차 내부 장치로부터 정보를 읽어서 연료를 공급하는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자동차의 연료 뚜껑이 어디에 있고,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지 확인한 후, 레이저를 이용해서 연로 뚜껑의 위치로 간다. 그러고는 뚜껑을 연 후 연료를 공급한다. 자동차는 이러한 방법에 의하여 4분 이내에 연료 공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또한 다양한 크기의 개별적인 큐브도 구성되어 모양을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로봇도 있다. 이 로봇은 각 큐브를 서로 다른 위치로 움직여 임의의 형태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로봇은 파이프 검사나 가스 및 방사능 누출 등을 감지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종류의 로봇은 실제적이라기보다는 컴퓨터 모의 실험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보안 경비 로봇도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데닝 모빌 로보틱스 (Denning Mobil Robotics) 에서는 길이 1.22m, 무게 91kg 크기의 죄수 감시형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밤에 감옥의 복도를 약 시속 5마일로 이동하면서 순찰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들 로봇은 소리와 화면을 전송할 수 있으며 인간의 냄새도 감지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감옥에서 사용할 의도로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죄수 폭동 등과 같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안되었다. 이 로봇은 소리와 화면을 계속해서 전송할 수 있다.
한편 로바트 II (Robart II) 는 다양한 센서들을 이용하여 잡음, 가스, 연기, 온도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감지한다. 이러한 각각의 정보들은 가중치를 고려한 합에 의하여 이전에 미리 설정된 값보다 클 경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음을 감지하게 된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주위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불을 감지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보안 경비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Univ. of Western Australia) 에서 개발된 양털깎기 로봇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수천 마리의 다양한 양의 몸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입력되어 있으며, 이 정보에 따라 양을 로봇 옆에 놓고, 점점 회전하면서 양털을 깎는다. 절단기 끝에는 접촉 센서가 부착되어 털만 깎게 된다. 절단기는 양의 몸 표면을 미끄러지면서 위치와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 로봇들은 살아 있는 양을 돌볼 수도 있으며, 기능면에서 점점 인간의 능력까지 접근하기도 한다.
자동우유짜기 로봇도 1980년 후반부터 사용중이다. 젖소가 그 기계안에 들어가면 기계는 젖소의 존재를 감지하게 되고, 젖소의 전을 깨끗이 닦은 후 우유 짜는 장비를 설치한다. 이때 기계에게 젖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어떤 표시를 준다고 해도, 젖의 상태나 젖소가 누워 있는지를 감지하기 위한 여러 감지 기능이 더 필요하다.
로봇은 씨앗이나 감자를 심거나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등의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 어떤 기계는 농약을 나무나 과실수 등에 뿌릴 수 있으며, 해충이나 갈라진 틈을 발견할 수 있고, 오이나 달걀, 열매 등의 등급을 매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검사 시스템은 로봇 팔과 커다란 부속 장비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내장된 비전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1982년 이후로 로봇은 고기를 자르고, 초콜릿을 장식하는 분야 등에서도 사용되어 왔다.
가정에서도 로봇은 많은 일들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램될 수 있다. 마틴 쿠퍼 (Martyn Cooper) 는 영국의 포섬 컨트롤 사 (Possum Control) 와 연계하여 '지능적인 가정시스템' 을 개발하였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람은 집 한가운데서 창문을 열 수도 있고, 문을 닫을 수도 있으며, TV 를 켤 수도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스위치나 음성, 튜브와 같은 방법만으로도 각종 설비를 동작시킬 수 있다.
토포
토포(Topo), 앤드로봇 (Androbot), 휴봇 (Hubot), 제미니 (Gemini) 와 같이 인간의 대체품이나 노예처럼 행동하도록 설계된 범용적인 로봇이 개발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상업적인 시스템은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변하는 환경과 사람, 물, 냄새 등을 감지하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물건을 집는 등의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집 안의 가사 환경은 매우 다양한 것에 속하는데, 대부분의 로봇은 단지 한 가지 일만 하도록 만들어졌다.
창문닦기 로봇은 1980년 후반에 설계되었으며, 33cm 정입방 형태의 기계로서 빌딩 밖을 오르고 내리는데 빨판을 사용한다. 이 로봇은 창을 닦기 위한 장비들을 갖추고 있어서 고층 빌딩과 같은 위험한 환경하에서 인간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책에 포함시킬 만한 로봇이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로봇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기란 매우 어렵다. 아마도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사용중인 로봇을 모두 언급한다면 몇 권의 책이 쓰여질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최종적인 분야는 의학 분야일 것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했던 '지능적인 가정시스템' 과 더불어, 다양한 지능형 휠체어와 음식 보조 장치, 운송 장치 등이 개발되었다. 어떤 학생들은 목욕중에 발작을 일으켰을 때 자동으로 물을 제거하는 욕조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로봇 안내견으로 멜독 (Meldog) 이 개발되었다. 이 이동 로봇은 매우 큰 용량의 메모리 안에 도시 지도를 넣고 있으면서 센서를 이용하여 신호기, 표지물, 교차로, 차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로봇은 지도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수 있다. 멜독은 사용자가 걷는 속도와 보조를 맞출 수 있으며, 위험한 상황이나 길을 건너고 좌우로 이동하는 등의 상황에서 실제 개와 같이 짖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로봇의 동작 범위는 한정된 도시 지형에 국한된다.
아마도 의학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로봇 시스템은 수술용 로봇일 것이다. 1989년에 엔셀버거 (Enselberger) 는 롱 비치의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 (Memorial Medical Center) 신경외과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로봇이 뇌 수술에서 20회 이상 성공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로봇을 사용함으로써 실제 수술 시간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며, 수술 중 환자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문제의 여지가 감소되었다.
둔부 부위의 조직 배열과 같은 수술의 경우, 인간보다 로봇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로봇은 뼈와 핀의 올바른 위치 설정을 위하여 정확히 프로그램된다. 일년에 약 30만 명의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수술받을 정도로 이제는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게다가 몇 가지 기본적인 기능들은 머리, 목 등의 수술과 암이나 성형 수술까지 사용되리라 예상된다.
외과 의사보다 더욱 정교하게 각막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과 척추 교정 로봇 등은 거의 개발 완성 단계에 있다. 의료 분야에서 꽤 단순하고 지루한 수술들이 가장 먼저 자동화될 것이다. 한 예로 사람이 수행하면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로봇이 할 경우 단 5분 만에 끝낼 수 있는 전립선 수술이 있다.
이 장에서는 인간의 신체적 구조적 특징을 고려하여 인간형 로봇을 구현하고자 할 때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양털 깎기, 음악 연주, 뇌 수술 등과 같이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에 관하여 폭넓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굳이 인간형 로봇이 아니더라도 기계에게 어떤 제품을 구별하도록 학습시키고 나서, 로봇을 제품이 생산되는 라인 옆에 놓고 제품에 지나갈 때마다 불량품을 검사해서 가려내는 작업을 하게 말들 수도 있다.
이런 기계들은 인간처럼 보이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특정한 하나의 작업만을 위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에 성능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우월하다. 그에 비해 인간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로봇이 사용되는 범위가 제한된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재정적, 사회적 문제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로봇은 단순히 프로그램된 장비의 개념에서부터 좀더 지능화된 의사 결정 능력을 갖는 로봇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늦게 정립된 수학적인 개념이 로봇에게는 아주 쉽게 적용되는 반면, 이보다 훨씬 오래된 걷기나 영상 이해력 등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가진 로봇은 특별한 작업에 있어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 예를 들어 로봇은 매우 복잡한 수학 계산을 정확하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으며, 시각적 검사 기능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여러가지 다양한 변수가 적용하는 일에 대해서 일관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 인간은 다양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편 로봇은 인간이 사용하는 감각기관들을 사용할 수 없지만, 레이저나 초음파와 같이 인간이 직접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인간의 감각기관을 대신한다. 이것은 마치 인간이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감각 기능을 보조하듯이, 기계도 또다른 기계의 보조를 통하여 이런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로봇은 많은 센서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가지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추론하고 학습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로봇은 인간 아니, 모든 포유류들과 몇 가지 공통된 점을 가지고 있다. 추론과 의사 결정의 관점에서 볼 때 로봇에게 지능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한다라고 말할 때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면 잠시 여러분의 팔과 다리, 손과 발 등은 기계로 구성되어 있고, 신경조직은 상당히 미미하여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해보자. 그 대신에 여러분은 초음파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고, 레이저, X-ray, 그리고 적외선 감지기를 구비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같은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전처럼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인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전과 동일하게 여러분을 상대할 것인가?
그런데 지금 여러분이 자신의 뇌가 이전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래서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있으며, 복잡한 계산을 매우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여러분은 이제 수학 천재가 된 것이다. 자,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변하게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적 특성도 감각 장치들도 아니며, 그들이 얼마나 지능적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로봇이 인간만큼 지능적이라면, 원하는 대로 새로운 다리와 시각 시스템 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에는 그러한 일들이 바로 지금 인간이 로봇들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과연 인간들이 인공 지능을 개발할 수 있고, 로봇으로 하여금 그것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인공 지능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만큼 지능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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