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총몽(銃夢)da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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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로보맨 작성일 09-06-23 00:46 조회 13,412 댓글 0본문
오늘은 만화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이들의 것?! 매니아의 영역?! 문화콘텐츠라는 말이 나온 이후로 그렇게나 보수적이었던 우리사회도 좀 나아진듯하기에 이제는 만화이야기를 해도 예전처럼 위축되지는 않는 기분이드네요..저에게 있어서 만화는 소중한 것입니다. 비록 매니아의 경지에는 못올랐지만, 사랑한다고나 할까. 암튼 그런 것이기에 요즘 [MC매니아]를 꾸려가는 바쁜 일상속에서 조금 멀리하고 있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MC매니아]가 표방하는 메카트로닉스, 로봇 매니아의 세계, 이 세계에 꼭 빠져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SF만화, 애니메이션이지요. 오늘 살펴볼 것은 유키토 키시로의 SF만화인<총몽>입니다.
처음 <총몽>을 읽었을 당시 몇번인가 스스로 놀랬던 기억이 납니다. 미래에는 이런이런 일들이 가능하겠구나라고 평소 생각했던 몇가지 아이디어가 그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전에도 경험한적이 있었지만(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어느날 상품이 되어 눈앞에 나타났던 경우) SF 만화책으로 보았을때의 느낌은 조금 색달랐습니다. <총몽>을 보실 매니아께서는 그림이나 내용도 좋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물어지는 공상과 과학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스토리
하늘에 떠있는 거대한 성 '자렘'과 그 아래에 자리잡은 거친 혼돈의 도시 '고철마을'을 배경으로 과거 '자렘'의 시민이었던 '이드'가 고철더미 속에서 300여년간 잠들어 있던 소녀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드의 도움으로 살아난 소녀는 '갈리'라는 이름으로 이드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드와 같은 범죄 사냥꾼인 '헌터워리어'가 되어 거친 생활을 살아가던 중, '마카루'라는 강력한 범죄자를 처리하면서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찾아가게 됩니다. 갈리는 마카루와의 전투에서 손상된 몸을 고대의 수수께끼 사이보그인 '광전자'라는 몸체로 바꾸게 되고, 옛 기억속 자신의 모습이었던 전사의 신분에 걸맞는 파워를 지니게 됩니다.
현상범 사냥이라는 험난한 생활 속에서 자렘으로 가려는 돈을 모으기 위해 범죄행위를 하고 있는 유고라는 소년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결국 일이 잘못되어 자신의 눈앞에서 소년의 죽음을 본 갈리는 폭발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채 이드를 떠나게 됩니다.
갈리를 찾아 나선 이드는 미래의 격투스포츠인 '모터볼'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갈리를 발견했으나 둘의 사이는 예전의 편한 사이가 아닌 라이벌의 위치로 갈라서게 됩니다. 결국 최후의 레이싱을 통해서 갈리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는 이드의 노력은 성공하지만, 악의 행각을 일삼는 '디스트 노바'교수의 개조로 소생한 전현상군사냥꾼 '자팡'에 의해 이드는 죽음을 맞게 되고 갈리 또한 죽음의 위기에서 자렘의 심부름꾼인 TUNED 가 되어 노바교수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노바교수를 찾는 힘든 여행길에서 많은 위험과 사건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죽었다고 여겼던 이드를 만나지만 그는 자렘의 진실을 알게된 이후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노바교수를 찾기위해, 또 자신을 지배하는 '자렘'의 진실을 알기 위한 노력은 마침내 노바교수에 의해 자렘에서 소생함으로써 그 비밀을 하나하나 벗길 수 있게 됩니다.
자렘의 비밀... 이부분은 미처 말씀드리기가 좀 그러네요.. 혹시 안보신 독자들을 위해서 모든걸 말씀드리는건 실례를 범하는 거 같기때문에 간략한 스토리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아님 귀차니즘?! ^^;)
천공의 섬 '자렘'
총몽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통해 가장 핵심이 되는 소재는 하늘에 떠 있는, 마치 '미야자키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와 같은 느낌을 가진 베일에 싸인 '자렘'이라는 건축물일 것입니다.
자렘
자렘에서 살았던 이드와 노바교수, 자렘을 동경하고 그곳에 가고 싶어했던 소년 유고, 자렘을 파괴하고자 했던 뎀, 자렘의 지시를 받으나 나중엔 자렘과 하나가 된 갈리, 지배계급 자렘과 피지배계급 지상인들, 영화 매드맥스의 하드고어적 분위기나 흔히 보아왔던 계급적 대립구도, 클라이막스와 함께 풀리는 자렘의 수수께끼, 그리고 대단원. 천공의 성 '자렘'은 전체 내용의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렘의 생성 과정이나 대변혁, 그리고 변질의 역사는 인간사의 단면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표적 갈등의 상징(사이버펑크적인)인 자렘안에서 과학적 우월성 때문에 우수종족임을 주장하고, 지상세계의 착취를 정당화하며 그들을 통치하는 계층이 사는 것은 실제 인간의 역사를 통해 겪었던, 제국의 식민지 통치나 독재를 통한 대중의 선동과 너무나 닮은 꼴이었으며, 파국적 결말을 가져옴과 동시에 또 다른 세계로 발전하는 것도 지금 이 시간 벌어지는 인간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인간과 사이보그와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만화 '공각기동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내용이지만, <총몽>에서는 일련의 대립관계에서 오는 사건들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비중있게 드러내지 않고 슬쩍 건너뛰는 분위기입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자렘의 시민들은 자신의 머리속에 뇌 대신 칩이 밖혀있다는 것을 알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뇌만 다치지 않으면 사이보그로써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지상의 사람들, 그들을 지배하는 인간은 오히려 뇌를 제거하고 그 기억을 이식한 칩을 뇌대신 가진 인간. 누가 더 인간다운 것일까요?
우리의 미래 어느시대엔가 과학기술의 진보로 <총몽>에서와 같은 메카트로닉스가 가능할 시기가 온다면 우리는 자렘의 시민들이 겪었던 혼란을 겪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직은 걱정하기에 좀 이르겠지만.... 영혼이나 육체가 인간을 규명하는 잣대가 아니라 인간으로써 살아가는 그 모습, 어떻게 살았는가(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가 바로 인간에 대한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다시금 접하면서, 지금의 내생활, 내 삶에 대한 애착을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메카닉
<총몽>의 시각 디자인의 특징은 한마디로 '설정에 충실한 묘사'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설정의 핵심인 하늘에 떠있는 도시 자렘과 그 아래 세계인 고철도시의 묘사가 작가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통해서 잘표현 되었다는 점입니다.(고철도시는 내장의 이미지를 시각화했다고 한다.)
각종 메카닉은 배경과 스토리에 맞게끔 너무 과하지도, 초라하지도 않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자주 등장하는 격투에서 온몸이 부서지거나 고칠때 묘사되는 사이보그의 기계몸의 표현은 디테일 면에서 매우 높은 충실도를 가집니다.
<총몽>에서 주목해야 할 메카닉은 기동유니트라 불리우는 개인용 다목적승용메카닉입니다. 후반부에 잠깐나와 그다지 큰활약은 못보이지만 오토바이 등을 좋아하는 메카닉 매니아라면 나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그런 승용 메카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뒷바퀴 하나만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주행 뿐만 아니라 험난한 지형을 오르는 등의 기능이 가능한데, 마치 얼마 전 미국에서 발매된 '세그웨이'를 보는 듯 합니다.^^ '딘 케이먼'이라는 발명가에 의해 만들어진 '세그웨이'는 차체, 차체의 측면에 붙은 2개의 바퀴, 바퀴를 구동시키는 2개의 전동모터 및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동적 균형장치로 구성되어 있는 보행용 스쿠터입니다. PC 이후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받으면서 세인의 관심과 투자를 모았던 이 제품은 인류 보행 역사를 다시쓴다는 찬사를 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사용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제품입니다. 2003년 3월 현재 국내시판에 앞서 예약판매를 받고있는 상황이며 기회가 되는데로 리뷰코너에서 비중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기동유닉 메카닉처럼 10여년이나 앞선 시기에 마치 세그웨이의 출연을 예고나 한듯이 먼 미래 세그웨이의 사용을 미리보여주는 만화가의 상상력과 메카닉에 대한 묘사는 정말 보면 볼 수록 놀랍습니다. 비단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총몽>을 포함한 80년대 이후에 등장한 사이버펑크 계열의 작품들은 퀄러티에 있어서 과학적 상상력과 결합된 대단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 SF의 주류를 차지했던 80년대 이전의 '스타트랙' 시리즈, '공룡수색대'와 같은 일본의 특촬물(특수효과촬영물), 그리고 '마징가Z'와 같은 거대로봇의 경우와는 달리 근래에 발표되는 SF의 주류인사이버펑크계열의 작품들에는 복잡한 내용과 설정에 걸 맞게 메카닉 또한 매우 디테일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에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사실적 영상의 표현이 가능하져서 이론이나 가설까지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상에서 현실과 구분이 안갈 정도로 그럴 듯하게 보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마다 특징적인 메카닉이나 스타일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만화 '애플시드', '도미니언', '오리온', '공각기동대' 로 유명한 만화가 '시로 마사무네'의 경우는 사이보그와 로봇, 승용메카닉, 갑옷식메카닉에 있어서 뛰어난 독창성을 가지고 있고, '유키 마사미'의 '패트레이버'에는 중장비 메카닉과 현실성 있는 거대로봇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주 먼 미래라면 '건담'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무수히 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속에 우리에게 필요한 메카닉이 숨어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과학자의 발명
리뷰를 통해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얻은 수확이 있습니다. '세그웨이'의 발병가가 <총몽>을 보았는지 안보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적어도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적 발명이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본 리뷰코너의 본질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품을 살피고, SF영화와 애니메이션, 만화에 대해 논의 하는 과정을 통해 메카트로닉스와 로봇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이, 마음껏 상상을 하고, 펼쳐진 상상속에서 과학적 실체를 완성해 볼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총몽>서울문화사.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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